Yule Seo
2026.06.10 · 3 min read

나의 영역은 무엇일까

나의 영역. 나의 백그라운드. 나의 컨텍스트는 무엇일까.

MOAI 라는 곳에서 우연한 계기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이곳에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각자의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있고 이 사업 또한 사람의 백그라운드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사업인 것 같다.

우매함의 봉우리

한때 '우매함의 봉우리(Mount Stupid)' 가장 꼭대기에 있었을 때의 나는, 문제를 그냥 생각해내서 리스트업하고, 리서치하고, 발로 좀 뛰어보면 풀 수 있는, 돈이 흐르는 문제를 정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전혀 다르다. 나는 '절망의 계곡' 밑바닥에 와있다. 그렇게 해서는 운이 좋으면 풀리는 문제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의 크기가 작거나 너무 많은 플레이어가 있을 것이고, 하더라도 내가 해자를 만들어낼 수 없을 확률이 높다는 것.

사람, 그리고 자신의 영역

그럼 지금은 무엇일까. 이곳 MOAI 에서 짧은 시간 동안 느낀 바는 '사람', '자신의 영역'이다.

모두가 각자의 분야를 가지고 산다. 창업이라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던 일이 무엇인지 얘기할 수 있다. MOAI 사람들은 기술로 사업을 풀고자 하는 것일까? 속도? 마케팅?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들 팀이 가지고 있는 백그라운드와 인적 자원인 것이다.

백그라운드가 해자다

MOAI 는 CAPA 라는 제조업 연결 플랫폼을 운영하는 에이팀벤처스에서 새로 시작하는 팀이다. MOAI 는 제조업 AX, 즉, ERP, MES 등 제조 공정을 AI 로 자율화하고 효율을 극대화시켜주는 AX 일을 하고 있다. MOAI가 이 분야를 볼 수 있었던 건, 갑자기 'AI 로 B2B 에 혁신이 필요한데, 제조기업들의 혁신을 해볼까?'라고 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CAPA 라는 제조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서 시장의 기회를 본 것.

단순히 얘기하면 '뭐야, 하던 게 있으니까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거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럼 CAPA는 어떻게 시작한 건가? 대표님께도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배우겠지만, 정리하면 그가 가진 인적 자원,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가진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전혀 AI 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AI 에게 그저 '이러이러한 제조업의 운영 데이터를 알아서 만들어줘'라고 하면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대량의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왔지만 그렇게 만든 데이터는 세상에 가지고 나가면 (쓸모가 없다는 게 아니라) 영업과 설득이라는 소위 '뚫는 과정'이 아주 어렵게 기다리고 있다.

다시 이야기하면, 우매함의 봉우리 꼭대기에 있었던 나는, AI도 있고, 나도 훌륭한 빌더이고, 창업, 사업을 보는 눈도 있으니 데이터든 기술이든 프로덕트든 만들어서 세상에 나가 해당 문제에 던져주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했던 거였는데,

지금은 그 과정이 아무런 백그라운드 없는 문제, 영역, 시장인 경우에는 그걸 하는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적다는 얘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영역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까?

답은 "모르겠다"이다. 이 세상은 매우 넓고 문제는 무수히 많은데 그중 새로운 분야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은 의대 가서 의사가 되는 일과는 전혀 다르다. 돈이 되고 가치 있는 문제에 안착하려는 목표를 가진 이상, 이미 있는 업종의 일원이 되고 마는 식은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은 어떻게 이 사업의 기회를 처음 만나게 되었느냐고 물어보았다. 자기가 하던 것들, 가지고 있는 백그라운드 안에서 기회를 만나거나 우연히 발견하거나 포착을 하더라. 그렇게 만나고 발견하고 포착하고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준비돼있는, 끊임없이 시도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 자체가 나의 영역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며, '우연'이라는 것은 시도를 멈추지 않고 노력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