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le Seo
2026.06.19 · 4 min read

도달하지 못했다

좀 하다가 그만두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 계속 시도하면 된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나가는 거다.

많은 아이디어들을 혼자서 빠르게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하다보면 항상 나는 내 관성대로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좌절을 맛보게 되고, 이게 맞는 건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중고 매물 컨시어지 AI, 아트바코드 디자인 에이전시, 바이브 코딩 웹페이지 판매사업 등, 이 블로그에 기록하지 않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1. 이런 거 하면 되지 않을까?
  2. 일단 만들어본다.
  3. 홍보 및 파일럿 구해본다.
  4. 도달이 안 된다.
  5. 도달 방법을 수정한다.
  6. 그러다가 다른 걸로 눈을 돌린다.
혼자 빠르게 시도하다 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고리. 6번에서 다른 걸로 눈을 돌리는 순간, 아무것도 쌓이지 않은 채 다시 1번으로 돌아간다.
혼자 빠르게 시도하다 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고리. 6번에서 다른 걸로 눈을 돌리는 순간, 아무것도 쌓이지 않은 채 다시 1번으로 돌아간다.

예측 없이 들어가는 창업은 없다. 다만 너무나 많은 예측을 처음부터 하면 안 된다. 그리고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그 데이터는 그 사업 아이템 자체에 대한 데이터와, 나를 학습시키는 데이터, 두 가지가 있다. 난 어떤 것도 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위의 저 가설 중, 중고 매물 컨시어지 AI는 도달 방법을 수정하고 그게 그나마 통하는 듯해 보인다. 아직은 확실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 바이브 코딩 웹페이지 판매사업은 이제야 시작했고 아직 '도달이 안 된다'로 가지 않았다.

저걸 가장 잘 설명하는 아이디어는 아트바코드 디자인 에이전시다. 이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오프더바

"안녕하세요, 오프더바입니다. 브랜드에 맞는 바코드를 생성해드립니다." 로 발상이 시작됐다. 바코드는 매대에 있는 모든 상품의 패키지에 들어가 있는데, 아무도 그걸 artistic 하게 바꿀 시도를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 99%는 그냥 일반 바코드다. 이걸 패키징에 잘 녹아들게 바코드'만' 디자인해주는 에이전시 만들면 몇 개는 팔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그거 디자인도 AI가 하면 되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AI는 접어두고, 일단 사람 시켜서 주문 들어오면 GTIN 받아서 인식이 되면서 창의적으로 디자인된 바코드를 납품해보자는 것.

막대를 겨울나무로 그려 넣은 아트 바코드. 내가 떠올린 건 이런 그림이었다.
막대를 겨울나무로 그려 넣은 아트 바코드. 내가 떠올린 건 이런 그림이었다.

사실 이 블로그의 /about 을, 랜딩페이지를 타고 팀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타고 들어올 수 있게 해두었다. 이 글을 잠재 고객 중 한 명이 본다면 그것도 재미가 있겠다. 나는 이런 거 하는 사람입니다.

어쨌거나, 어찌저찌 디자이너를 구해다놓고, 일단 랜딩페이지 만들고 도메인도 사고, 메일링 등록해두고, 리드는 오픈클로 돌려서 콜드 수집해서, 콜드메일 몇 건 뿌렸다. 당연히 결과는 아무도 관심 없었다.

직접 만든 '오프더바' 랜딩페이지. 도메인 사고 디자이너 구해 시안까지 올렸다.
직접 만든 '오프더바' 랜딩페이지. 도메인 사고 디자이너 구해 시안까지 올렸다.

뭐 물론 여기저기 내 아이디어를 말하고 조언을 구했을 땐, 그걸 누가 필요로 해요? 바코드만 그냥 만들어주는 게, 패키징 전체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거에 관심 있는 사람은 오히려 브랜딩에 신경을 쓸 텐데, 바코드만 만들어주는 게 무슨 매력이 있어요? 라는 애초에 잘못된 설계에 대한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 이건 애초에 도달이 안 됐고 의미 있는 데이터 자체가 별로 없었다.

아트 바코드만 주문 제작해준다는 아이디어는 고수한 채 데이터라도 제대로 얻기 위해 홍보 및 영업 방식을 바꾼다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지인 중에 패키지 브랜딩에 신경 쓰는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몇 명 있어서, 그들한테 직통으로 이런 거 해볼래? 라고 물어보는 것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없다. 그럼 그다음 전략은? 회사를 어떻게든 찾아가서 물어보든, 브랜딩 담당자를 찾아가든, 느린 것 같아 보이지만 가장 확실하고 그래서 사실은 가장 빠른 방법을 택해야 할 것 같다. 이게 배운 점이라면 배운 점이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그렇게 도달 방법을 수정했느냐고 하면, 아니요, 그냥 내가 나를 설득시켜버렸다. 그 정도의 노력을 들여서 검증해봐야 할 니즈인가? 아닌 것 같다. 이것만으로 이미 결정이 끝난 것. 난 하더라도 그냥 아이디어 자체를 피벗하지 않을까 싶다.

배운 점은?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예측 없는 창업은 없다. 나는 '오프더바'라고 이름 지은 그 아이템에 저런 예측을 처음에 했었다. 아이디어, 방향성, 도달 방법, 제품, 전부 내가 편하고 안전지대인 방식을 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데이터는 나를 학습시키는 데이터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다음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은 이렇게 안 하지 않을까라는 최소한의 기대가 생긴 것이다. 그럼 다음엔 방향성을 어떻게 할 건데?에 대한 배운 점은, 다음 세 개를 통해야 한다는 통찰이다.

  1. 내가 유저가 되든가
  2. 발로 뛰어서 느린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하든가
  3. 팔로워를 만들어서 알아서 되게 하든가

난 이 중 사실상 아무것도 해보지 않았고, 예측만 하고, 그 예측에 걸리겠지 하면서 안전지대에서 아주 차가운 시도만 해본 것이다. 저 세 개에 해당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시도를 멈추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