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le Seo
2026.06.02 · 3 min read

구걸이라는 걸 해봐야 할까

나는 실행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최근 한 네트워킹 자리에 나가서 느꼈고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책을 읽다가 다시 한 번 느낀 점을 옮겨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어졌다.

사업은 Product Guy 와 Sales Guy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뉜다고 말한다. 나는 분명히 Product Guy 에 속한다. 예전 몰더 팀에서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아산두어스에 참여하며 기회가 주어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류 프로그램 '마루 SF'에서 SMB 사업장 약 200~300 군데 대상으로 아무 예고 없이 걸어 들어가서 영업이라는 걸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짧은 영어에 정말 어렵긴 했지만 나는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영업은 육하원칙이 다 정해져 있는 연습게임과도 같았다. 무엇을 팔려는 건지 정확하게 정의했고, 고객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잘 알려주었고, 왜 이게 필요한지, 누가 쓰는 건지, 언제 쓰는 건지, 어디에 쓰는 건지 거의 정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연습하니 막힘 없이 말할 수 있었고 거절도 많았지만 꽤 문을 열어준 비율이 높았다.

마루 SF 시절, SMB 사업장을 돌며 영업하던 때
마루 SF 시절, SMB 사업장을 돌며 영업하던 때

하지만 요즘 혼자 시도해보고 있는 것들은 그것들이 온전히 채워져 있지 않다. 결국 비즈니스라는 것이 만들고 영업하는 것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데, 나는 만드는 건 해도 영업하는 발산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위에서 말한 육하원칙들이 채워지기만을 바라며 열심히 만들기만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일단 사람이 많은 곳으로 나가야겠다 생각했고 네트워킹 자리에서 아무 말이나 하다 보니 역시나 걱정했던 것보다는 많이 나아지긴 했고, 그 속에서 이 생각들을 정리하게 됐다. 또 하나, 항상 그렇듯이 이러다 보면 평소엔 지나가던 글귀들이 얻어걸리게 되는데, 그게 바로 요즘 읽고 있었던 넷플릭스 창업자 마크 랜돌프의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책에 나오는 구걸에 관한 내용이다.

나의 이런 실행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려면 갑자기 길에 나가 구걸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저자는 젊은 시절 '황무지 학교'라는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하기 위해 지갑과 시계까지 모두 빼앗긴 채 입고 있던 차림 그대로 도시에 버려져서 사흘을 살아남아야 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먹다 남은 음식이나 쓰레기를 뒤지며 배고픔을 해결했지만 나중에는 구걸을 해야만 했는데, 그게 정말 경험했던 그 어떤 것보다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은행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상당히 깔끔하게 고급스러운 옷차림에 아직은 꽤 멀끔하게 면도한 얼굴이었다. '돈을 구걸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물어보았다. 답은 '굉장히 어렵다'였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요청하고, 보답으로 무엇을 약속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해보면 마케팅이나 영업이 얼마나 어려울지 가늠하기 쉬워진다. ... 하지만 그것도 돈을 달라고 구걸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려면 최고의 판매 기술이 필요하다. 구걸은 아무 대가 없이 돈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돈을 달라고 하면서 어떤 물건을 주지도, 서비스나 노래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말도 되지 않는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다. ... 낯선 사람 앞에서 필사적으로 용기를 내서 자신을 낮추었는데도 완전히 무시당하면 최악이었다. 정말이다. 구걸해보면 투자자에게 2만 5000달러 정도 요청하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 당장 신촌 거리에 나가서 구걸을 해보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아, 이 내용을 읽었으니 '그래 뭐 이거 저런 사람도 있는데 한번 "버스비가 없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요"라고 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이건 정확하게 위에서 말한 육하원칙을 채우려는 나의 Product Guy 적인 습성이다. 아무 준비 없이, 그냥 시계와 지갑을 빼앗긴 채 사흘을 버텨야 한다면 나는 과연 할 수 있을지.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차림 그대로 밖에 나가 오늘 남은 두 끼를 먹기 위해 적어도 만오천원 정도를 모아보는 것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일까? 아직 결심이 서진 않았지만 다음 번에도 큰 결핍을 느끼게 된다면 그땐 정말로 구걸을 해봤다는 글이 나오게 될지도 모르겠다.